2003년 … 미국 병원 이야기 …

2003년 … 미국 병원 이야기 …

2003년에 여름에 미국에 실험하러 몇달 정도 간 적이 있었다.

한달반쯤 지나서 … 실험실에서 과로 등으로 인해서 쓰러져서 911 불러서 그 근처 community hospital (말이 그럴 듯 하다만, 그냥 동네 병원이다.) 에 갔다. 2일간 입원했고, 별다른 조치를 받은 것도 없이 나왔다. 내가 병원에서 치료 받은 내역은 수액 몇개 맞은 것과, 침대에 누워서 심전도 검사 받은 것, 2,3 시간 마다 체온 잰 것, 그리고 밥 3끼 먹은 것이 전부다. – 실려간 날 저녁, 다음날 아침, 점심 – 점심 먹고 나니 의사가 와서 나가도 좋다고 해서 나왔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2만 1천달러가 넘는 영수증을 받았다. 난 AIG 보험에 가입해 있었고, 보험사에 연락했다. 그런데, 보험사에서 말하길 … 내가 가입해 있는 보험으로는 1천 몇백달러 밖에는 보증이 안된단다. 나머지 2만 달러는 나보고 내란다. 자기네들과 계약한 지정병원에서만 보험 적용이 되며, 가장 가까운 지정병원은 60 마일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한달에 100 달라 넘게 내는 거였는데…

영어 사전 쌓아놓고 보험 계약서 쭉 펼쳐놓고 공부해가며 안되는 영어로 싸웠다. ….

한국 AIG 는 배째더라… 미국 AIG 도 마찬가지. 자기네와 계약하지 않은 병원으로 갔으니 내가 임의로 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기본적인 치료(응급실에서 혈압재고, 동공이 열렸는지 등 검사하고, 수혈에 대비해서 혈액형 검사한 것 등 몇가지)에 대한 1천 몇백달러 어치는 지급 가능하지만, 그 외에는 내가 내야 한단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편지로 계속 싸웠다. 나중에 그 병원에서 미국 채권 추심기관으로 넘겨버려서 2천 몇백달러되는 수수료(+ 이자) 까지 요구했다.

해결까지는 약 1년이 걸렸고,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었다. 결국 채권 추심기관 비용 2천 달러는 내가 지불하고, 2만 달러는 AIG 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 봤다. – 변호사 말로는 그 2천달러도 안낼 수 있다고 했지만, 그러면 기간이 길어져서 변호사에게 내야 할 돈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해서 그냥 변호사비 낸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니깐 정리하자면, 2일간 입원해서 수액 몇개 맞고, 심전도 검사 받고, 체온 몇번 재고, 밥 3끼 먹은 게 2.3 만 달러짜리다. 이게 미국 선진국식 의료다.

이때 얻은 것으로는 .. 영어실력을 들 수 있을 거다. 1년쯤 영어로 싸우니깐 토익 605 점 받는 영어실력이 영어로 논문 쓰고, 컨퍼런스에서 발표하고, 미국 드라마를 자막없이도 잘 보게 되었다.

변호사 얘기를 좀 더 쓰자면 … 미국에서 병원에 입원하고 보험사와 컨택을 하려니 개인으로는 불가능하고 변호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일단 비용에 대해서는 겁을 집어 먹었지만, 별 수 없지 않나 ? 흥미로운 건 병원에서 변호사를 섭외해준다는 점이었다. 연락처 몇개를 받았고, 변호사 세명과 연락이 됐다. 그리고 … 그 중 한명과 계약을 했다. 계약 조건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기억은 안나는데, 한국식으로 변호사 선임비 몇백만원 … 성공 보수 얼마 … 이런 게 아니라, 문서 작성 한건당 얼마 .. 법률 검토 시간당 얼마 .. 이런 식이었다.

세명중 한명은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두명이 의료사고 전문 변호사인데, 사무실 두곳에 가서 얘기해보고는 덜 바빠 보이는 변호사와 계약했다.

800페이지가 넘어가는 영문 계약서를 다 뒤졌다. 그리고, 거기서 계약하지 않은 병원에 임의로 갔을 경우에는 기본적인 치료에 대해서만 지급 가능하고, 그 이상은 보험에서 지급하지 않지만, 각종 천재지변이나 테러, 또는 사고 등으로 인하여 계약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병원에 갔고, 역시 계약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수행된 의료행위에 대하여 지불된 금액은 보험사에서 지급한다는 단서 조항을 찾아냈다. 그리고 이 조항을 근거로 1년 가까이 보험사와 e-mail, 편지, 팩스를 주고 주고 받으면서 싸웠고, 결국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2만 달러는 보험사에서 지급하고, 채권 추심기관 비용 2천 달러는 내가 지불하는 것으로 했으며, 변호사비는 그보다 적게 나왔다. 1년 내내 싸웠을 것 같지만 … 내가 이런 저런 내용을 변호사에게 e-mail 로 적어서 보내면 변호사가 각종 법률적 용어로 바꿔서 다시 나에게 보내고, 내가 그걸 검토해서 그대로 보내자… 고 하면(내가 영어로 법률 용어를 뭘 알겠나 … 사전 찾아보고 그랬던 거지… ) 그 내용을 변호사는 인쇄해서 보험사로 보내고 … 그러면 한달쯤 있다가 .. 또는 두달쯤 있다가 보험사에서 그 내용을 증명해라.. (그러니깐 의식이 없었다.. 거나.. 뭐 이런 거..) 라고 연락이 오면 병원에 연락해서 진단서 보내달라고 하면 병원에서 진단서가 나한테 일주일이나 보름쯤 있다가 오면 나는 그 진단서를 스캔해서 일단 변호사에게 보내주고, 원본을 다시 국제우편으로 미국으로 보내면 또 며칠 있다가 변호사는 받아서 편지 써서 보험사로 보내고 … 그걸 몇차례 한 거고 그렇게 마무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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