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시간이 걸린다.

모든 것은 시간이 걸린다.

Case 1.

1609년 갈릴레이는 우연히 당시로서는 최신 기술의 산물이었던 망원경을 접한다. 그리고 그것을 하늘을 보는데 적합하도록 개량했고, 1609~1610년에 걸쳐서 밤하늘을 관찰해서 목성의 위성을 발견했다.

이것은 모든 천체는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천동설을 부정하는 것이 되었고, 갈릴레이는 유명인이 되어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1611년에는 당시 교황이던 바오로 5세도 접견했고, 신에 대한 복종의 뜻으로 교황에게 무릎을 꿇는 격식도 면제 받을 정도로 교황은 갈릴레이를 극진히 대접했다.

그러나 … 1년이 지나지 않아서 분위기는 바뀐다. 그때쯤 이미 도미니코회의 어느 수사는 종교재판소에 그를 고발하기까지 하지만 일단 혐의없음으로 판결난다. 하지만, 계속해서 분위기는 다르게 흘러갔다.

그때는 한참 종교개혁으로 인하여 신교와 구교간의 싸움이 있던 시절이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의 분위기는 점점 보수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여전히 갈릴레이는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가르치고 퍼뜨렸다. 물론 조심은 하면서 … 

1623년에 교황이 바뀐다. 우르바노 8세가 선출됐고 우르바노 8세와 갈릴레이는 친한 사이였다. 교황 취임식에도 참여하고 선물도 받는다. 하지만, 10년쯤 지나서 1633년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소에서 유죄판결을 받는다. 물론, 고령 + 건강이 안 좋다. 라고 해서 3년짜리 가택연금을 받는다.  종교재판에서 유죄를 내린 사람은 우르바노 8세다.

그에 앞서서 코페르니쿠스는 1543년에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라는 책을 내고 그 책에서는 지동설을 주장한다. 그 책은 1616년에 로마 카톨릭에 의해서 금서가 되기전까지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물론, 당연히 갈릴레이도 그 책을 봤다.

코페르니쿠스가 지동설을 주장하기 시작했던 16세기 중반부터 지동설은 널리 퍼지기 시작했지만, 거의 90년뒤인 1633년에 갈릴레오는 성경과 다른 주장을 했다는 죄로 유죄판결을 받는다. 

Case 2.

1859년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을 출간한다. 그리고, 170년쯤 지난 지금은 정설이다. 그러나, 아직도 극히 일부 기독교 신자들은 진화론을 부정하고 있다. 

Case 3.

뉴튼은 1687년에 첫판이, 1726년에 3판이 출판된 “프린키피아” 라는 책을 출판한다. 그전까지 지배적이던 아리스토텔레스 역학을 뒤엎은 책이다. 하지만, 21세기가 되고도 16년이 지난 지금도 무거운 것이 가벼운 것에 비하여 먼저 떨어진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주로 무협지 등에서 등장하는 천근추 등이 그 예다. 천근추를 쓰면 공중에서 급강하할 수 있다는 설정인데, 자유 낙하 속도는 질량과는 상관이 없다는 것은 과학적 사실이지만, 여전히 그것을 못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다.

Case 4.

1920년대 말에 있었던 솔베이 학회 이후 양자역학은 과학의 기본(쉽다는 얘기가 아니라 base 가 된다는 얘기다.)이 되었다. 하지만, 90년 가까이 되어 가는 현시점에서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인구의 1% 도 안된다.

다시 Case 1.

그렇다면 어떻게 지동설은 천동설을 이겼을까 ?

천동설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천동설을 지지하던 사람들 중 상당수는 당시 로마 카톨릭에서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었고, 그들에게 지동설을 인정한다는 것은 자신의 기반을 부수는 일이었고, 과학적으로 옳고 그름을 떠나서 자기 자리에 위협이 되기 때문에 천동설을 지지하고 지동설을 부정했었다. 그리고, 세대가 몇번 바뀌면서 그런 사람들이 죽고 난 뒤에야 지동설은 천동설을 대체하고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 여전히 평평한 지구를 주장하는 부류라든가, 성경에 의하면 지구는 평평하다.. 라는 뻘소리를 하는 사람들은 있다. 하지만 극소수다.

그렇다면 왜 카톨릭에서 천동설을 지지(?)했을까 ? 이건 좀 복잡한 종교적 이유가 있다.

천동설에 의하면,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고,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달, 태양계 내의 각 행성을 비롯한 별이 돌고 있는 구조다. 반면에, 지동설에서는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 더 발전된 지동설에서는 태양 역시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태양이 있고, 그 태양을 도는 지구 같은 행성이 있다.는 것이 지동설이다.

이게 당시에 문제가 된다. 왜 ? 신은 우주 만물을 창조하셨고, 지구에 독생자 예수를 보내셔서 구원을 하셨다. 그런데 … 지동설에 따르면, 우주에는 무수히 많은 지구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예수는 독생자다. 다른 지구에는 예수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지구에 있을 수 있는 사람(외계인 …)은 어떻게 구원을 받는가 … 그렇다면 다른 태양계에 있는 지구마다 예수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다면 독생자가 아니다… 이렇게 모순이 생긴다. 이러한 모순을 없애려면 우주의 중심은 지구라고 믿는 게 … 간단하다.

이런 이유로 갈릴레이는 “종교재판”을 받았던 것이다. 그런데 … 지금도 저렇게 믿는 사람들이 있다… 

다시 Case 2.

진화론을 부정하면서 창조론(또는 그들이 얘기하는 창조과학)을 믿는 사람들은, 지금 그들이 얘기하고 있는 창조론이 그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이단인 제칠일안식교에서 나온 거라는 사실을 알기는 할까 ?

다시 Case 3.

오죽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진공챔버에서 진공을 뽑고 깃털과 쇠구슬을 떨어뜨리는 실험까지 했을까 ?

다시 Case 4.

까놓고 말해서 이걸 이해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의 95% 이상은 뻥치는 거다… 나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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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바꾼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한 순간에 바뀌는 것 같지만, 아주 결정적인 계기가 있지 않다면 한번에 바뀌는 것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번에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한다. 그래놓고는 자기가 생각하는 게 안됐다고 실망하고 좌절하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엉뚱한 데로 튀어버린다. 마치 지동설을 이해하지 못하니깐 남극은 높은 얼음산이고 NASA 직원들이 접근을 못하게 막고 있다고 주장하는 평평한 지구 협회 사람들처럼 … 

변혁이니 혁신이니 패러다임 쉬프트니, 변화니 하는 것들은 말은 그럴싸하다. 하지만, 그것이 어느날 짠.. 하고 되는 경우는 없다.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이 나온지는 100년이 됐지만, 그것이 입증된 건 100년이 지나서 중력파가 발견되면서다. 그때까지는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는 거다.

현재 쓰이는 “패러다임” 이라는 말의 뜻은 토마스 쿤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을 1962년에 내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저 책에서 언급하기 전의 뜻과 지금의 뜻은 상당히 다르다. 

토마스 쿤은 저 책에서 공약불가능성 (영어로는 incommensurable)를 주장한다. 한번에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과거에 존재하던 패러다임을 대체할 수 있는 패러다임이 나오면 과거의 패러다임은 사라지고(또는 용도 폐기되고) 새로 등장한 패러다임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열심히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주제이다. 

문제는 이게 딱딱 나누어떨어지지 않고 있고 그게 논쟁의 한 축이다. 예를 들자면 토마스 쿤이 주장한 공약불가성에 따른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뉴튼의 고전역학은 폐기되어야 하지만, 여전히 일상적인 환경, 거시적인 환경에서 아주 빠르거나 무거운 물체/물질이 아니라면 뉴튼역학을 계산하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계산하든 오차범위 내에서 거의 같은 결과를 얻는다.

다시 말하지만, 무언가가 바뀐다는 것은 말처럼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아이폰이 어느날 짠… 하고 나와서 “혁신”의 아이콘이 됐을까 ? 천만에… 그 이전에는 아이튠즈가, 그 이전엔 아이팟이, 그 이전엔 뉴튼 PDA 가, 그 이전엔 넥스트스텝이, 그 이전엔 매킨토시가, 그 이전엔 리사가, 그 이전엔 애플 3, .. 애플 2… 부터 쌓여온 게 집합되어 나온 게 아이폰이다. 거의 30년이 걸려서 나온 거다. 

어느 한순간에, 한번에 바뀌는 건 없다. 한번에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사람은 사기꾼이다. 혹은 전지전능한 신이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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